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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라이트

이젠 정말 끝내야 해

여의도

 

1개의 과제만 남은 지금 간질간질한 옛날 글을 쓰던걸 접어두고 이제 현실에 발을 딛고자 좋아하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어요. 손톱을 깎아주던 경험글도, 웃으며 함께한 편안한 섹스에 대한 글도 누군가에겐 좋은 예시가 됐겠죠? 하지만 제 외사랑은 정말 끝낼 때가 된 것 같아요. 마음을 전해주고 친구 관계를 끊을 각오를 하느냐, 혹은 계속 감춰두고 조용히 묻어두느냐의 선택지에서 후자를 선택했던 저는 3년이 되도록 이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누르지 못했어요.

 

마음이 잘 맞는 친구이기도 이제는 아니기도 한 것 같은 이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도망쳐보니 제 마음을 전해야 이 열병을 멎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사람 마음은 숨길수록 어딘가 아파지고 모나지는 걸까요? 어떻게 되든 언제 고백하든 차이겠지만 그동안 그 친구를 대하는 변덕스러운 마음들을 마주할 때마다 많이 놀랐어요. 이렇게 너그러웠던가 싶기도 하면서 이렇게 쪼잔하고 구질구질해야 하나 싶기도 하면서요.

 

그렇다고 이 친구를 내내 짝사랑하지는 않았어요. 그 사이에 다른 친구나 언니를 만나기도 하고 좋은 관계를 맺기도 하고 이 친구가 생각이 안 났던 기간도 있었는데 어째 타이밍이 그 친구를 계속 좋아하게 만드는 것 같은 거예요.

 

3년이나 외면했으니 이제는 아픔을 마주하고 이 지독한 굴레를 끊어보려 해요. 이 친구를 다시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려구요.

 

이렇게 도망다니고 마음을 숨긴 관계가 처음인데 좋아한단 말을 우연히 잘 무마한 첫 관계라 저 혼자만의 게임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먼저 들여다 봐주었으면 했나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들이 엉켜 정답을 낼 수 없는 언저리에 와있습니다. 손에 감기는 글을 쓰고 과제 제출 버튼을 신나게 누르다가도 역시 1학기와 이 친구를 향한 사랑은 같이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즈라이트 멤버비언들 덕분에 용기를 얻어 연락했고 그 용기로 이 관계를 끊으러 갈 거예요. 이젠 아픔을 마주할 때가 됐어요. 관계에 대한 환기를 지속하고 감정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할 거고 글도 계속 쓸 거고 분명 즐거운 과정일 거라 믿어요. 다음 글엔 구질구질비언이 아닌 차인비언으로 머쓱하게 웃으며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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