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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라이트

난춘은 나에게 야한 노랜데?

 

어제 친구들과 난춘 얘기를 하다 난춘이 야한 노래라고 했더니 이성애자 친구들에게 음란마귀라며 질타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오늘 난춘 이야기를 쓰고 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요. 야한 얘기 다들 좋아하시나요?

그대 나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 처음
내가 너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 끝

난춘에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게 좋아요.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정도로 둘은 가까이 붙어있고 앉아있든 누워있든 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고 있을 거예요. 난춘의 세계에서는 서로를 위하는 사랑이 있지 서로를 파괴하는 사랑은 없거든요.

입을 꼭 맞추어
내 숨을 가져가도 돼요.

저는 이때 서로를 바라보고 누워있는 장면이 떠올랐는데 마주 보고 누우면 서로의 숨이 느껴지잖아요. 아무리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코에서 후, 후, 하는 날숨 소리가 나는데 예전에 언니(전 여자 친구)의 숨을 들이마신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언니 숨을 훔쳐먹었다고 하면서 웃었는데 언니가 "그 정도면 내가 준거지. 더 가져가"라고 하면서 제 앞머리가 살랑하고 갈라지게 후 하고 숨을 내뱉었던 게 생각이 났어요.

그때는 별로 웃긴 말도 아닌데 같이 있으니까 좋아서 실실 웃고 다녔어요. 서로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키스를 하면서도 웃고, 서로를 만지고 놀 때도 웃고 사랑한다고 말할 때도 눈을 마주 보며 웃고. 그래서 저는 섹스를 무겁고 진중하게만 그리는 사람들이 신기해요. 즐겁고 편안한 섹스도 가능한데. 

저무는 아침에 속삭이는 숨
영롱한 달빛에 괴롭히는 꿈

언니 자취방에 놀러 갔을 때 저녁에 언니랑 저녁을 먹고 누우면 언니랑 서로 마주 보고 누워 서로의 다리를 걸치고 누가 더 다리를 위에 얹을 건지 투닥거렸던 기억이 나요. 저는 간지럼을 안 타는데 언니가 간지럼을 많이 타서 간지럽히고 언니는 그럴 때마다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제 볼을 뭉개면서 뽀뽀를 계속했는데 그러다가 잠을 못 자고 아침에 잤던 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러고 늦은 아침에 동시에 깼는데 둘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어요. 웃기도 하고 웃지 않기도 하고 하품도 하고 눈도 비볐는데 서로 말없이 서로의 눈을 보다가 입을 맞추고 일어나자고 하고 같이 씻으러 갔어요. 그때는 머리가 단발이라 언니가 제 머리에 샴푸로 초사이언 머리를 해줬는데 나이 먹어도 이런 장난 하냐고 하니까 나이 먹으니까 이런 장난들이 더 필요하다고, 자기도 초사이언 머리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서로 초사이언 머리하고 드래곤볼 흉내도 내보고 샴푸가 눈에 들어가서 난리 브루스도 치고 서로 입 맞추느라 샤워기도 떨어뜨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장면들이 다 영화 같았네요.

이리 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이때 저는 언니에게 지나치게 의지하고 집착했었어요. 언니는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제가 그때 그 사랑을 받을 준비도, 제 사랑을 줄 준비도 되어있지 못한 채로 사랑한 게 너무 미안해요. 나중에 왜인지 모르게 언니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편지를 썼는데 언니는 "지금이라도 건강해져서 다행이야. 언제나 널 응원해"라는 짧은 답변을 보내왔어요. 그 후로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여성 간의 관계 확장을 언니와 경험한 게 많아요. 그래서 코시사에 많은 여성들이 반응하는 게 반가워요. 다들 여성과의 경험을 넓혀봤으면 좋겠어요.

오 그대여 부서지지 마
바람 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 마

언니의 집은 원룸 중에서도 좁은 편이었는데 외풍도 심한 곳이라 이불이 두꺼웠어요. 지금은 싱글 배드에 두 명이 잘 수 있다는 게 상상이 안 가는데 둘이 엉켜서 자니까 딱 맞더라고요. 제가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언니가 침대 바깥에서 잤는데 언니가 감기 든다고, 춥지 말라고 이불을 제 쪽으로 더 넘겨줬던 게 생각나요. 제가 그때 잠에 잘 못 들던 때라 자는 척하다가 언니에게 이불을 넘겨줬는데 언니가 그때마다 제 품으로 더 들어와서 제 심장소리에 언니가 깨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어요. 좁은 원룸이 제 심장소리로 지진이 나는 건 아닐까, 언니가 깨는건 아닐까 하며 하느님이고 부처고 알라고 다 불러서 제에발 심장 좀 덜 뛰게 해 달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언니 품이면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긴 했지만 그래도 잠을 잤어요. 언니도 잠을 깊게 못 자는 편이라고 했는데 저랑 자면 12시간도 자고. 제 팔은 쥐가 지독하게 나고...ㅎ

그때보다는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졌고 다른 사람에게 많이 의지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 여성을 만나게 되면 어떤 관계를 가질지 기대돼요.

그리고 이런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난춘은 분명 야한 노래가 맞아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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